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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카레오] Noblesse Oblige

25.1 디페 무료 배포 회지 / 냥여우AU  낮은 언덕 위,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얼굴 위를 덮은 모자로 한낮의 햇빛을 막은 스오우 츠카사가 한 쪽 팔을 베고 누워 있다. 제가 멀찍이서 지켜본 바로는 일정한 속도로 가슴팍이 오르내린 게 한참이니, 답지 않게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근무 시간일 텐데 태평하게 낮잠이나 자고 있다니. 빠졌군, 스오~"수풀 속에 몸을 숨긴 레오가 신이 나서 꼬리를 살랑댔다. 고양이 총사님이 얼마 전 여우와의 교류에서 크게 공을 올린 것에 취했는지 제 임무를 저버리고 태평하게 뻗었으니, 그의 동업자와 다름없는 저라도 나서서 그를 살짝 혼내 주어야겠다 싶었다.레오는 최대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수풀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명 작게나마 인기척..

2025.03.17

[츠카레오] Sunset, Sunrise

츠카레오 전력 120분, 주제  “─제가 승리한다면… 우선, 저를 ‘신입’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자기소개부터 시작하죠, 마침내 귀환하신 우리 'Knights'의 왕이여.”레오는 그 말에 별안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이름?지금 그들이 발을 디딘 곳은 태평하게 둘러앉아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연초의 학급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와 춤, 꿈과 희망이 울려 퍼지는 아이돌의 무대인 것도 아니었다.그래. 레오에게 이곳은 ‘전장’이었다. 상처 입을 것을 알면서도 서로 칼을 휘두르고 익숙한 증오의 얼굴에 안심하며, 제가 사랑하는 기사들이 든 검에 찔려 숨을 거둘 제 무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끝내 무릎 꿇고 참수당할 결말이 정해져 있는 패전(敗戰)의 전장. 이곳은 ..

2025.03.17

[츠카레오] 취중소담(醉中笑談)

아름다운 메리님의 원트윗https://x.com/merrykasa/status/1784267214251843739?s=46&t=_62b5C28E0ATXnxiYBFGnA   「레오 씨, 오늘 갑작스러운 미팅이 생겨서 늦을 것 같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정갈한 메시지 뒤로 이모티콘이 하나 붙어 도착했다. 레오는 답지 않게 엉엉 울고 있는 이모티콘의 모습에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켜야만 했다. 상단바로 본 시간은 어느새 6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레오는 다가오는 퇴근에 츠카사의 뒤에서 보이지 않는 꼬리가 잔뜩 신나 좌우로 흔들리다, 청천벽력 같은 미팅 소식으로 별안간 축 처지는 상상을 한다. 거래처에서 갑작스럽게 그를 방문이라도 한 것일까. 레오는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아저씨와 함께 식사하..

2025.03.17

[츠카레오] 맹세

츠카레오 전력 120분, 주제     왼손에 쥐어진 펜을 끊임없이 놀리는 와중에 오른손으로는 한 손가락을 지휘하듯 들어 바쁘게 허공을 갈랐다. 가사 없는 흥얼거림이 꽤 크게 승강장에 울려 퍼졌다. 츠카사는 저 멀리서 한창 심취한 채 작곡하는 레오를 바라봤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나 흔들거리는 몸짓에 맞춰 우쭐거리는 머리칼이 이렇게나 생생한데. 그를 붙잡거나 말리지도 못한 채 멀찍이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벌써 몇 번이나 반복해 온 지독한 악몽이다.  츠카사는 이것이 모두 제가 그날의 일을 수없이 곱씹고 상상한 탓에 꾸는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현실에서는 제 두 눈으로 본 적도 없는, 망상과 망상이 덧대어져 편집된 영상에 불과한 악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는 너무도 생생하게 온몸, 온 감각..

2025.03.17

[츠카레오] 열대야

츠카레오 전력 120분, 주제    “와하하! 정면 승부다, 여름아! 3일 동안 여름에 걸맞는 명곡을 마구마구 써내려 주마!” 레오가 두 팔을 벌리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한다.한여름에 재앙처럼 찾아온 에어컨 고장에 급하게 A/S 신청을 해둔 게 이틀 전이었다. 성수기라 수요가 많아 적어도 3일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절망스러운 대답에도 호기롭게 눈을 빛내며 외쳤던 레오도 막상 선풍기 한 대로는 버티기 무리인 7월의 무더위 앞에서는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낮에야 카페라든가 도서관이라든가 그를 데리고 시원한 곳을 찾아다닐 수 있었지만, 매미만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밤에는 그러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호텔을 예약하려 해도 휴가철 성수기라 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강제로 열대야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레오는 아..

2025.03.17